나는 당시에 여의도 위워크에 책상을 하나 빌려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선배님은 내게 괜한 임대료를 내지 말고 사무실에 빈자리가 있으니 와서 일을 봐도 좋다고 제안했다.
당시 고정 수입이 없던 상황이라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혼자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과 고민의 벽 앞에 좌절을 느끼고 있을 때었다.
선배님의 제안은 이러했다. 홍보와 광고에 대한 노하우와 리소스를 가지고 있으니 상품 소싱 또는 판매 관리를 맡아서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원한다면 신규 법인의 지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금은 지쳐있던 내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충분한 대화였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선배님의 회사에서 직원을 뽑고 있는데 9시부터 14시까지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편하게 내 본업을 봐도 좋다고 했다. 대신 급여는 챙겨주겠다고 했다.
당시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르바이트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당시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을 아주 즉흥적으로 우연히 홍보대행사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대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의 사회생활의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분들도 정시출근 퇴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고 대표인 선배님과의 개인적인 사유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부에 괜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생각보다 적응하고 업무를 익히다 보니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갔다.
정신 차려보니 3개월은 금방 지나갔던 것 같다. 무엇보다 14시에 홀연히 사라지는 신입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업무도 익숙해지고 나니 딱히 내게 일을 시키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그 시기 때쯤 내게 대표님이 된 선배님께 처음 나눴던 이야기와 진행에 있어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풀리오라는 저주파 마사지기가 대세 었는데, 풀리오를 흥행으로 이끈 건 어느 마케팅 대행사라고 공유를 받았다.
우리도 그런 제품을 만들어 함께 육성시켜 보자는 이야길 나눴다.
하지만 대표님은 본 사업을 이끌기에 바쁘셨고, 다른 크리에이티브팀의 유튜브 촬영의 서포트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회사의 잡캐로 임무를 받아 또다시 바빠졌다.
물론 중간에 대표님을 통해 일부 뷰티 상품을 받아 스토어에 등록하고 나름 판매를 준비했다.
하지만 등록한다고 팔리지 않는다. 홍보와 마케팅을 통한 트래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브랜드를 위탁받아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한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님 입장에선 내부 리소스를 쏟는 것도 비용 투자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3개월이 더 지나 합류하게 된 지 6개월이 되었다.
6개월 정도 회사를 다니니 꽤 적응을 해버렸고 회사 밖의 담당자들도 만나게 되었다.
새해가 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지만 홍보대행사의 직원으로 이렇게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거기다 박봉으로 말이다.
어린 나이었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진짜 앞으로도 계속 흘러가버릴 것 같아 멈춰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대표님에게 처음의 취지와 많이 상황이 바뀌었고 더 이상 논의되었던 일들은 진행되지 않으니 그만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미 어느 정도 느끼고 계셨는지 헤어짐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혼자 일하게 되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배님께 감사하다.
어린 친구의 패기에 기회를 주셨고 차가운 사회를 마주하기 전 보호를 해주셨던 거라 생각된다.
짧지만 6개월 시간 동안 언론홍보, 온라인 마케팅, 유튜브 콘텐츠 촬영 등 다양한 홍보의 맥락에서 경험을 시켜주셨다.
당시 했던 경험이 홍보 관점과 실무를 쪼~끔이나마 알게 되었다.
마음속으로나마 언제나 승승장구하시길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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